쨍하고 해뜰 날!
평안을 구합니다.
캄보디아 방문하시는 분들이 캄보디아가 한국보다 더 시원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. 여긴 우기라 비만 오면 살짝 더위가 수그러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. 늘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.^^
정말 필요한 곳에 재정을 흘려보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급히 이삭공동체 소식을 다시 전하게 되었습니다. 여기는 우기라 시골에서 화재 날 확률이 건기보다 훨씬 낮습니다. 그런데 DFIS 학생의 집이 화재로 집 전체가 다 탔습니다. 할아버지 할머니가 딸네 가족과 함께 4명의 손자 손녀를 키우고 있는 집입니다. 화재 후 기초만 남은 집터를 보니 이런 곳에서 9명이 어떻게 살았을까 싶었습니다. 손자 손녀 네 명 모두 DFIS 학생입니다.
화재 소식을 듣고 캄보디아 적십자가 다녀갔습니다. 적십자가 집을 지어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, 쌀값만 주고 갔다고 합니다. 그리고 불교 사원으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는 길도 찾았지만 신통치가 않았습니다. 내심 절에서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, 절도 기댈 곳이 못 된 것 같습니다.
이삭 건축팀이 건축을 돕고 있습니다.
저는 속으로 아이고 이것은 우리 몫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매일 내리는 비와 우리 학생들은 책과 교복까지 홀라당 다 타버린 상태이기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우리가 짓기로 했습니다. 당장 재정이 없기에 이삭공동체 안에 있던 벽돌을 DFIS 학생들이 도와 화재 난 집으로 옮겼습니다. 이삭 건축팀은 잠시 다른 일을 멈추고 이곳 집짓기에 투입되어 집을 짓고 있습니다. 화재 난 집의 일가친척들도 함께 건축을 돕고 있습니다.
기본 건축이 마무리되면 DFIS 학생들과 함께 페인트칠과 인테리어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. 9명이 살던 단칸방 집에 아이들 공부방을 하나 더 넣을 계획입니다. 이삭공동체 목공실에서 만든 책상과 책장도 넣어주려고 합니다. 창문도 없었던 집에 햇살이 들어오고 바람이 들어올 수 있는 창문도 넉넉히 넣을 계획입니다. 음식을 할 수 있는 부엌도 함께 만들 계획입니다. 홀랑 타버린 교복과 책과 자전거도 선물로 사 주려고 합니다.
DFIS 학생들이 벽돌을 나르고 있습니다.
절망 속에서 하나님 은혜로 쨍하고 해 뜨는 따스한 날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. 이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엄청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. 미화로 $5,000달러(700만 원)입니다. 이미 $1,000달러가 모금되었습니다. 건축을 위해 교회가 헌금하기로 한 곳도 있습니다. 저는 우선 작은 금액의 정성이 모여져서 집을 지을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. 그리고 모금이 잘 되어 남는 재정이 있다면 이삭공동체가 매달 가난한 이웃을 위해 지원하는 구제 헌금으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.
처음 화재 소식을 듣고 주님! 이 일도 우리 일이겠네요. 라고 했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습니다. 제가 타고 다니는 2001년식 찻값이 약 5,000달러입니다. 지난번에도 이 차를 팔아 첸다 아주머니 땅 문제 해결을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도 타고 있습니다.^^ 이번에도 집 건축비가 5,000달러 정도라고 해서 안 되면 차를 팔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차 팔 기회를 주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. 헌차 팔면 새 차 주실 것이라는 제 흑심을 간파하신 것 같습니다.
참고로 혼자서 생각한 이번 건축 프로젝트 이름은 “쨍하고 해 뜰 날”입니다. 꾸물꾸물한 우기에 DFIS 학생 가족에게 찬란한 은혜의 햇살을 선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.
2024년 8월 20일 캄보디아 이삭공동체에서 김기대 류소현 드립니다.